“ 검은 눈물”
2004년 3월 9일, 키가 크고 날씬하게 생긴 40대 초반의 여성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찬양을 듣고 있었다. 한참을 진지하게 찬양을 듣고 있는 그 여성에게 현지인 성도 기젤러가 다가가서 다정스럽게 전도지를 건네는 모습이 찬양을 부르던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 여성은 조금 전의 찬양을 듣던 자세와는 다르게 매우 딱딱하고 굳은 표정의 얼굴로, 아니 교만스럽게 전도지를 거절하였다. 그러니 다정스레 전도지를 건네던 우리성도는 무안하여 어쩔 줄 몰라 할 수밖에...........
“나는 이 따위는 필요 없어! 당신이나 읽어! 내가 나의 주인이야!” 하는 표정이었다.
찬양을 부르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그냥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아니, 하나님의 복음을, 왕의 복음, 생명의 복음을 거절해.........”
나는 마치 성령의 화살이 된 것처럼 그 여성에게로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예수 믿으세요. 예수님은 우리 인생들에게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라고
말하며 전도지를 다시 건네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냉담한 표정으로 역시 거절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당신의 노래 소리 때문에 여기에 서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노래 소리 하나면 충분합니다. 내게는 그 이상의 것은 필요 없습니다. 하나님은 소용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여성의 얼굴은 온갖 색조화장품을 동원해서 있는 대로 멋을 다 내었다.
그렇다고 천박한 멋은 아니었다. 머리에는 전형적인 유럽형 모자를 눌러써서
그 외적인 멋스러움이 더했다. 화장과 옷차림이 보통 솜씨가 아니어 귀부인 티가 났다.
게다가 향수를 얼마나 뿌렸는지 방금 향수병에서 건져 낸 듯하였다.
얼굴에서나 외모에서나 근심, 걱정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누구 그의 외모를 보고 세상의 근심을 말할 수 있겠는가?
전도지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그 여성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네었다.
“당신이 젊었을 적에는 정말 예뻤겠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멋있으니 말입니다.
당신은 하나님께 참으로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으니 말입니다. 내가 헝가리에서 4년 있는 동안 이렇게 멋있는 사람은 처음 만났습니다. 이런 아름다움을 주신 하나님께 당신은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라고 말을 건네자 그 여성은 갑작스런 칭찬에 “고맙습니다. 정말이지 젊었을 적엔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예뻤었습니다.” 라고 대답을 하며 자신의 외모에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그런데 당신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처럼 이제까지의 당신의 삶도 아름답겠지요?
이제까지 당신의 삶이 어떠했습니까? 아름다운 삶이었습니까? 그 아름다웠던 당신의 삶에 대해 조금만이라도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나의 이 물음, 아니 성령께서 말하게 하여주신 그 물음에
그 여성의 얼굴색은 금방 변해 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금 새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나는 누가 그 여성을 눈물의 바다로 이끌고 가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굉장히 불행한 사람입니다. 내 삶은 많은 굴곡이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로 부터 지금까지 내 삶은 불행의 연속, 곤고한 여정이었습니다.
나는 진실한 사랑을 하려하였지만 세상사람 누구하나 나를 진실히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이용만 하였습니다.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을 때 마다
나는 하나님을 만나려 했지만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깨끗하고 바르게, 순결하고 진실히 살고 싶었지만 세상이 나를 그렇게 놔두지 않았습니다. 마음으로는 매일 하나님을 찾았지만 삶의 현실은 하나님과 점점 더 멀어져 갔습니다.
나는 정말이지 하나님이 필요합니다. 나는 정말이지 새로운 삶이 필요합니다.”
그 여인은 눈물을 닦고 또 닦으며 자신의 지나온 그간 마음에 깊이깊이 묻어둔
삶의 책장을 뒤로 뒤로 넘겼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하나님을 만나면 됩니다.
예수그리스도는 당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실 유일한 분이십니다.
그 분은 절망중의 모든 사람에게 소망이십니다.
예수그리스도께서 지금도 당신을 부르고 계십니다. 세상은 당신을 다 이용하고 버려도
예수님은 끝까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세상 끝 날까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 분이 오늘도 두 팔 벌려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세상이 언제 당신에게
위로를 줍니까? 세상이 언제 당신에게 포근함을 줍니까? 세상은 언제나 당신이
말한 것처럼 당신을 속이고 상처 나게 하지 않았습니까.
예수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토록 아름답고 우아하게 멋을 내었던 그 여성의 외모는 일순간에
모두 변해 버렸다. 눈에 칠했던 검은 마스카라로 인해서 양볼 에서는
검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욱 흘러내리는 검은 눈물!
그것은 세상에서 상처받고 방황하는 그녀의 영혼의 모습이었다.
검은 눈물! 그것은 그녀가 그토록 숨기고 싶어 하는 자신의 내면의 오염된 실상이었다.
새까만 눈물이 화장과 범벅이 되었다.
조금 전에 그 멋스러움, 그 아름다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유혹적인 향수냄새도 더 이상 진동하지 않았다.
다만 세상에서 버림받고 병들고 상처 난 한 영혼의 볼품없는 모습만이
그 화려했던 자리를 대신하였다.
화려한 옷은 벗겨지고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하나 없이 세상으로부터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만이 드러났다.
아름답고 멋있는 외모 뒤에 감추어진 상처 난 심령!
화장품에 의해 가려진 구멍나버린 영혼!
향수의 냄새에 의해 숨겨진 병든 마음이 하나님 앞에서
여지없이 벌거벗겨지고 말았다.
너무도 초라한 모습, 애처롭고 가련한 모습이었다.
아!! 황무한 영혼이여!
그 여인은 한 참후에야 마음이 진정되었고 매몰차게 거부하였던 전도지를
스스로 구하며 “내가 잘 읽어보고 교회에 꼭 가겠습니다.” 라고 하며
검은 눈물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한 채로 한걸음 두 걸음 사라져 갔다.
나는 저 만치 사라져가는 벌거벗겨진 그 한 영혼을 보면서 이렇게 마음으로
기도하며 소망하였다.
“예수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의 열쇠인데............, 길 가운데 길이신데...........,
어루만지시며, 싸매시며 기름으로 유하게 하실 분........ 예수!
새로운 빛난 옷을 입혀 주실 분! 오늘 만난 이 하나님! 영원히 붙들길 소망하노라!
지금 만난 그리스도 붙들고 남은 인생 끝까지 달려가시오.
거친 세상 세파에서 실패하거든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못 자국 난 손을 붙드시오.
조금 더 나아가면 다른 행복을 얻을 거야 하며 거친 세파를 향해 또 나아가다가
더 큰 슬픔을 만나기전에 그리스도께로 돌아오시오.
세상은 언제나 당신을 교묘하게 속이고 있다오.
이번에는 반드시 잘 될 것이라며 한번만 더 해보라고 거짓으로 유혹하고 있소.
염려하지 말고 나만 따라오라고, 나만 따라오면 행복할 것이라고 손짓하고 있소.
그러나 그리스도 없는 인생 항해의 결과는 파선이라오. 예수그리스도 없는 삶은
허무와 눈물, 좌절과 미움만을 낳는다오.
사단이 비웃고 조롱하며 거짓으로 인도하여 가는 길에서 이젠 돌아오시오.
세상 속에 살다가 또다시 검은 눈물 흘리지 말고, 더욱 깊은 상처와 아픔을 겪지 말고
예수그리스도로부터 흐르는 기쁨의 강수를 마시는 삶을 살아가시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 하시며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을
넉넉한 자비로 용서하셨던 그리스도의 손길을 의지하여 이제는 세상에서 놓임 받고
그리스도와 함께 안식하는 삶을 살아가시오. 소망 없는 세상에서 소망을 찾지 말고
기쁨 없는 세상에서 기쁨 얻으려 하지 말고 사랑 없는 세상에서 사랑을 구하지 말고
이제는 돌아오시오”
실로 그렇다. 세상이 우리에게 안겨다 주는 것은 검은 눈물뿐이다.
복을 얻고자 하나 불행만을 안겨다 주며 성공을 얻고자 하나 실패만을 안겨다 준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혹 아직도 세상지향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세상은 우리를 늘 절망의 늪으로 이끌어간다. 세상은 우리를 검은 눈물의 가시덤불속으로
몰아넣는다. 세상은 우리를 발가벗겨 돼지 같은 존재로 타락시키고 만다. 이 모든 것은
세상을 지향하며 살던 사람들의 삶의 역사, 인생역사에서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세상지향적인 삶을 살려하는가?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천국지향적인 삶을 살기 바란다.
세상이 줄 수 없는 그 모든 것이 아버지의 나라에 있으니, 사랑의 아버지가
그 완전한 곳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돌아서기 바란다.
- 종이십자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