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고개 숙인 꽃"
우리 현지인 께젤렘교회에 몸이 불편해서 가끔씩 병원에 입원하는 할머니가 있다.
구부러진 허리, 약하고 초라한 몸을 낡은 지팡이 하나에 겨우 의지하고 다니시는
할머니이다. 그러나 가끔씩 썬 그라스를 즐겨 쓰시는 멋쟁이 할머니다.
그분의 깊이 파인 주름 가득한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지나온 삶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할머니는 가난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신이 ‘가난하다’ 단 한 번도 표현하지 않는다.
동정을 구하지도 않는다. 가난은 그 분의 친구가 되어버린 지 오랜 것 같다.
그러나 그분이 전하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져온다.
반지르르하고 배부른 사람들, 부자 사람들에게서 전혀 느낄 수 없는 마음을
꺼칠한 외모를 한 그 가난한 할머니에게서 느낀다.
그 할머니가 지난 주일에는(2003.8.10) 이름도 알 수 없는 꽃 몇 송이를 종이에
둘둘 말아 가지고 예배 전 조금 일찍 와서는 회중의자에 앉지 않고
아내가 찬송연습을 하고 있는 곳으로 가더니 올갠 위로 미소를 한 아름 머금은 채
종이에 싼 그 꽃을 내려놓았다.
자신의 삶속에서는 가난과 외로움으로 인하여 전혀 미소 지을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웃의 마음에 미소와 감동을 전하는 그분은 천사보다도 더 고왔다.
집에서 꺾었는지 들에서 꺾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꽃을 나누는 가난하지만 부요한
할머니를 보면서 나는 그분의 마음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할머니가 나의 아내에게 건넨 꽃은 화려하지도 않고, 싱싱하지도 않은
보잘 것 없는 꽃이었다.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더운 날씨 때문인지
그 꽃들은 고개를 푹-욱 숙이고 있어서 꽃의 촌스러움은 더했다.
소금에 숨죽인 배추 잎 같은 꽃 이었다.
아니 꽃이라기보다는 풀에 더 가까웠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풀꽃, 꽃 풀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그 꽃을 싼 종이는 어떻고 .........,?
우리나라에서 오래전에나 볼 수 있었던
고상하게 말하면 누런 종이이고 덜 고상하게는 똥 종이였다.
그러나 그 꽃에 담긴 할머니의 마음은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셨다.
꽃은 시들어 고개를 푹-욱 숙이고 있었지만 꽃에 담긴 할머니의 마음,
꽃에 담은 가난한 할머니의 그 사랑만큼은 싱싱하고 생명력이 넘쳤다.
나같이 무뚝뚝하고 감정 덜한 사람도 그 사랑에 동화되어 버렸으니
할머니가 품으신 사랑은 아마도 용광로 사랑임에 틀림없었다.
그리스도주님도 그 할머니의 사랑을 기쁨으로 받으셨음에
틀림없었을 것을 믿는다. 왜냐하면 그 분은 중심을 받으시고 마음을
받으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현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할 때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무척이나 유감스럽지만 돈이다. 형식이다.
“얼마짜리로 해야 하나? 어떤 메이커를 사야하지?”
마음은 마음으로 통하는 법이다.
사랑은 사랑으로 아는 법이다.
진실은 진실로 통하는 법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진리를 뒤로하고 마음을 전하는데
돈을 따지고 형식을 따지니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감동이, 감격이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할머니가 아내에게 내어 민 것은 세상에서 아무리 귀하고 값진
그 어떤 물건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마음 이었다. 사랑이었다.
마음이 담긴 풀꽃! 사랑이 담긴 꽃 풀! 진실이 담긴 고개 숙인 꽃!
그것은 마음 없고 사랑 없는 수 만송이의 장미꽃보다 훨씬 귀하고
화려한 것이었다. 진실이 빠져버린 수 억병의 향수보다도 더 진한 향기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으로 최고의 사랑을 베푼 할머니!
그분은 어쩌면 예수님께서 칭찬하신 가난한 과부인지도 모르겠다.
부자들에게는 전혀 가치 없는 두 렙돈 이었지만 자신의 생활비 전부,
자신의 마음 전부, 자신의 사랑 전부를 드린 가난한 과부 말이다.
예수님께서 요한복음 21장3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 가난한 과부가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속마음, 뼈 속까지 배어있는 중심을 보신다.
그러기에 그 분은 우리가 드리는 돈의 많고 적음에 관심이 없으시다.
어떤 사랑이 담겨 있느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느냐? 정말로 진실하냐?
그것이 우리 하나님의 유일의 관심이시다.
오늘 하나님을 향한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으로 최고의 사랑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역대상 28장9절의 말씀처럼 온전한 마음과 기쁜 뜻으로 하나님을 섬기기를 바란다.
화려한 포장지에 오색찬란한 백만 송이 꽃이 아니어도 좋다.
값비싼 향수가 아니어도 좋다.
누런 종이에 싼 들풀이어도 좋다.
온전한 마음을 담으라 ! 기쁜 중심을 드려라.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으로...........,
하나님께서는 작은 것도 크게 받으시고 모자라는 것도 더하여 풍성히 받으시는 분이시다.
- 종이십자가 중에서-